"하루 한두 잔은 오히려 심장에 좋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사람은 술꾼만이 아니었습니다. 의사도, 신문 기사도, 교과서도 20년 넘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문장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여러 나라의 보건 지침도 표현을 바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흥미로운 건 새로운 술이 나온 것도, 사람이 달라진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뀐 것은 술이 아니라, 술을 들여다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방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인에게 왜 특히 중요한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J커브 — 20년을 지배한 그래프
먼저 사라진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봐야 합니다.
수십 년간 여러 나라에서 수십만 명을 추적한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물어보고, 오랜 시간 뒤 누가 병에 걸리고 누가 사망했는지 세는 방식이죠. 이런 연구를 여러 편 모아 그래프를 그리면 이상한 모양이 나왔습니다.
가로축에 음주량, 세로축에 사망 위험을 놓으면 알파벳 J를 눕힌 것 같은 곡선이 그려졌습니다.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보다 조금 마시는 사람의 위험이 더 낮고, 거기서부터 많이 마실수록 위험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이 그래프가 그 유명한 J커브입니다. 여기서 "적당히 마시는 것이 안 마시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곡선의 가장 낮은 지점, 이른바 '적정 음주량'을 찾는 연구도 쏟아졌습니다.
그래프에 숨어 있던 함정
문제는 이 그래프가 관찰연구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관찰연구는 사람들을 그냥 지켜봅니다. 누가 술을 마실지 연구자가 정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같은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술이 그 차이를 만든 것인가, 아니면 술을 마시는 사람과 안 마시는 사람이 애초에 다른 것인가?
여기서 결정적인 허점이 발견됩니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라는 집단의 정체입니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 중에는 평생 안 마신 사람도 있지만, 이미 몸이 나빠져서 끊은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간이 안 좋아서, 혈압약을 먹기 시작해서, 큰 병을 진단받아서, 나이가 들어 몸이 못 받아서 끊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비음주자' 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비음주자 집단의 건강 상태가 실제보다 나빠 보이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술을 마시는 쪽이 더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이 문제는 1988년에 이미 지적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아파서 끊은 사람 편향(sick quitter bias)'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다만 지적은 오래됐어도, 이걸 깨끗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술이 그들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 건강을 잃어서 안 마시고 있었다.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소득이 높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며, 의료 접근성이 좋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만드는 건강 격차를 술의 공으로 돌렸을 가능성입니다.
유전자로 다시 물었다
이 문제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비뽑기입니다.
수만 명을 모아 제비를 뽑아서, 뽑힌 쪽은 평생 술을 마시게 하고 안 뽑힌 쪽은 마시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십 년 뒤에 어느 쪽이 더 아픈지 셉니다. 제비뽑기로 나눴으니 두 집단은 소득도, 성격도, 원래 건강도 고만고만하게 섞여 있을 겁니다. 그러니 나중에 벌어진 차이는 술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실험은 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술을 강제로 먹일 수도, 평생 감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연구자들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제비뽑기를 자연이 이미 해두지 않았을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
술만 마시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타고나는 것이고, 노력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술을 덜 마십니다. 건강을 챙겨서가 아니라 그냥 몸이 못 받아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체질을 누가 갖게 되느냐입니다.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는 순간에 정해집니다. 집이 잘살아서, 운동을 열심히 해서, 성격이 신중해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운입니다.
그러니 세상은 이미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있는 셈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술을 덜 마시게 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이 구분은 제비뽑기와 다를 게 없습니다. 소득도 직업도 원래 건강 상태도 두 집단에 골고루 흩어져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할 일은 하나입니다. 이 두 집단이 나중에 얼마나 아픈지 세어보는 것. 차이가 난다면 그 차이를 만든 건 술입니다. 다른 조건은 애초에 뒤섞여 있었으니 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아파서 끊은 사람' 문제도 저절로 풀립니다. 유전자는 병에 걸리기 수십 년 전,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병이 뒤늦게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 방법에 붙은 이름이 멘델리안 무작위화입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제비뽑기를, 자연이 대신 해둔 것에서 빌려 오는 것.
유전자 하나로는 부족하다
여기까지가 아이디어이고, 실제 연구는 이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진행됩니다. 방금 이야기를 그대로 믿으면 이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홍조가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더라, 그러니 술이 나쁘다 — 연구가 정말 그렇게 단순한가?
단순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두 가지 장치가 붙습니다.
첫째, 유전자를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음주량에 조금씩 영향을 주는 변이를 수백 개 모아 한꺼번에 넣고, 각각이 내놓는 답이 서로 맞아떨어지는지 봅니다. 그중 하나가 유독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면, 그 변이는 술 말고 다른 일도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 변이를 골라내는 별도의 분석법도 함께 돌립니다.
둘째, 결과를 '집단 비교'가 아니라 '양'으로 환산합니다. 이 방법이 내놓는 답은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더 건강하다"가 아닙니다. 유전자가 음주량을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재고, 질병 위험을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잰 다음, 뒤엣것을 앞엣것으로 나눕니다. 그래야 "술이 이만큼 늘 때 위험이 이만큼 오른다"는 형태로 답이 나옵니다. 유전자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 술의 효과를 재기 위한 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나
2025년, 이 방법을 대규모로 적용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추적한 약 56만 명, 그리고 치매와 관련된 유전 정보 240만 명분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도 홍조 유전자 하나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고, 실제로는 음주와 관련된 여러 변이를 함께 썼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유럽계라 홍조 유전자를 가진 사람 자체가 드물기도 했고요. 게다가 관찰연구, 환자대조연구, 유전 분석 세 가지 방법을 나란히 돌렸습니다. 약점이 서로 다른 방법들이 같은 답을 내놓는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자료를 두 가지 방식으로 계산했더니 이렇게 갈렸습니다.
- 늘 하던 대로 관찰 자료만 보니, 익숙한 J커브가 또 나타났습니다.
- 그런데 유전자로 나눠 계산하자, 움푹 파인 구간이 사라졌습니다.
- 치매 위험은 적은 양에서부터 마시는 양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같은 사람들, 같은 데이터입니다. 계산하는 방법 하나를 바꿨더니 곡선의 모양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것이 "적당한 음주가 좋다"는 말이 사라진 배경입니다.
다만, 이 방법도 만능은 아닙니다
아무리 장치를 붙여도 끝내 증명할 수 없는 전제가 하나 남습니다. 그 유전자가 오직 '술을 덜 마시게 만드는' 일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다른 일도 하고 있다면, 나중에 벌어진 차이가 술 때문인지 그 다른 일 때문인지 갈라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데이터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논증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앞서 예로 든 홍조 유전자가 하필 그런 경우입니다. 이 유전자는 술을 덜 마시게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셨을 때 몸속에 어떤 물질을 쌓이게 합니다. 설명하기에 좋은 예시였지만 자로 쓰기에는 조심스러운 유전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바로 그 '다른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 홍조 유전자가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
술이 몸에서 사라지는 과정은 두 단계입니다.
- 알코올 → 아세트알데히드 (ADH라는 효소가 담당)
- 아세트알데히드 → 아세트산 (ALDH2라는 효소가 담당)
여기서 중간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문제입니다. 이 물질이 숙취의 주범이고, 얼굴을 붉게 만들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메스껍게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입니다. 담배 연기, 석면과 같은 등급입니다.
건강한 두 번째 효소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히드는 빠르게 처리되어 사라집니다. 문제는 동아시아인 상당수가 이 두 번째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변이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국인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서구에서는 드문 변이라, 서구 기준의 음주 지침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은 술을 마시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처리되지 못하고 몸에 쌓입니다. 앞에서 제비뽑기 이야기에 등장한 그 체질이 바로 이것입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쌓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밖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체질이 아니라, 1군 발암물질이 몸에 쌓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홍조가 있는데 계속 마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이 조합이 왜 위험한지는 연구로 반복 확인됐습니다. 2009년 PLOS Medicine에 실린 리뷰는 음주 후 홍조 반응을 식도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 요인으로 정면에서 다뤘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 식도암 환자 783명과 대조군 8,732명을 비교한 국내 연구에서, 효소 기능이 떨어지는 유전형을 가진 남성의 식도암 위험은 그렇지 않은 남성의 약 2.75배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연관성은 음주량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유전형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유전형을 가진 채 얼마나 마셨느냐가 위험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변이 자체는 선택할 수 없지만, 위험의 크기는 상당 부분 선택 가능합니다.
"요즘 술이 늘었다"는 말의 정체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 잔만 마셔도 새빨개졌는데 요즘은 덜하다, 술이 늘었다 — 이런 경험을 하신 분이 많습니다. 몸이 좋아진 걸까요?
아닙니다. 술이 는다는 것은 대부분 뇌가 알코올에 익숙해져 취한 느낌을 덜 받는 것이지,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 능력이 좋아진 것이 아닙니다. 효소는 유전자로 정해져 있어 훈련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즉 경고등이 어두워진 것이지, 위험이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호가 둔해진 채 더 많이, 더 오래 마시게 되므로 노출 총량은 늘어납니다. 술이 늘었다는 감각은 안심할 근거가 아니라 주의할 근거에 가깝습니다.
술이 노화를 앞당기는 네 갈래
'노화를 앞당긴다'는 표현은 자칫 막연하게 들립니다. 실제로는 꽤 구체적인 경로들이 있습니다.
첫째, 잠 — 가장 빨리 나타나는 손해
술을 마시면 빨리 잠듭니다. 그래서 자기 전 한잔을 수면제처럼 쓰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잠드는 속도와 잠의 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알코올은 기억 정리와 정서 회복에 관여하는 렘수면을 억제합니다. 그리고 몸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수면 후반부에는 오히려 각성을 유발해, 새벽에 자주 깨거나 얕은 잠으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술을 마신 밤은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잠든 것이 아니라 의식이 꺼졌다가 켜진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은 노화 속도를 좌우하는 축 중에서도 회복이 가장 즉각적인 영역이라, 여기서 새는 손해가 가장 빠르게 체감됩니다.

둘째, 염증 — 조용히 쌓이는 쪽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은 장 점막의 방어벽 기능과 간에 부담을 줍니다. 그 결과 낮은 수준의 염증이 지속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 만성 염증은 장 건강과 저속노화에서 반복해 다룬 바로 그 문제입니다. 특별한 병이 없어도 혈관·근육·뇌의 노화를 밀어 올리는 배경이죠. 술은 이 수도꼭지를 여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셋째, 뇌 — 가장 오래 남는 손해
앞서 본 2025년 연구의 핵심이 여기입니다. 치매 위험은 적은 양에서부터 음주량에 비례해 올라갔습니다.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해진다'는 문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표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잔을 마시면 치매에 걸린다는 말이 아닙니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술이 뇌를 보호한다는 근거는 사라졌고, 위험은 마시는 양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간다.
넷째, 회복 — 노력이 새는 자리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에게 특히 아까운 대목입니다. 알코올은 운동 후 근육이 회복되고 다시 지어지는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여기에 수면의 질까지 떨어지면, 운동으로 만든 자극이 성과로 바뀌는 밤이 통째로 손실됩니다.
주 3회 운동하고 주 3회 마신다면, 두 습관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얼마가 안전한가
가장 궁금한 질문일 텐데, 정직한 답은 이렇습니다. 위험이 0이 되는 안전 역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겁을 주려는 표현이 아니라 근거의 상태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195개국 자료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건강 손실을 최소화하는 음주량이 0에 수렴한다고 보고했고, 세계보건기구도 안전한 음주량을 제시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결론을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끝'으로 읽는 것은 과장입니다. 위험은 절벽이 아니라 경사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목표는 이렇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목표는 완벽한 금주가 아니라, 줄이는 만큼 정직하게 돌려받는 것이다.
줄이는 법은 결심이 아니라 설계
"덜 마셔야지"라는 다짐은 술자리 앞에서 대체로 무력합니다. 효과가 있는 건 결심보다 미리 정해둔 규칙입니다.
먼저 한 가지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의 이야기는 앞 절들과 근거의 무게가 다릅니다. J커브가 왜 무너졌는지는 수십만 명 규모의 연구가 뒷받침하지만,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는 그만한 연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근거가 분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눠서 적겠습니다.
근거가 분명한 쪽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하는 것부터입니다. 영국 보건당국의 음주 지침은 위험을 낮게 유지하려면 주당 14단위(순알코올 약 112g, 소주로 치면 두 병 남짓)를 넘기지 말고, 그마저도 사흘 이상에 나눠 마시라고 권합니다. 줄이고 싶다면 아예 마시지 않는 날을 여러 날 두라는 권고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마셔도 된다는 허가가 아니라, 위험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제시된 상한선입니다. 실천에서 중요한 건 이 숫자보다 뒷부분입니다. 하루에 몇 잔인지보다 일주일에 며칠 마셨는지를 세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속도를 늦추는 것도 근거가 분명합니다. 몸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속도는 대체로 정해져 있어 시간당 한 잔 남짓입니다. 그보다 빨리 마시면 처리되지 못한 알코올이 혈액에 쌓입니다. 같은 양을 마셔도 두 시간에 몰아 마신 밤과 다섯 시간에 나눠 마신 밤은 몸에서 전혀 다른 일이 됩니다. 그리고 술자리의 속도는 대개 첫 30분에 정해집니다.
빈속을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이 위에 있으면 알코올이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혈중 최고 농도가 낮아집니다. 안주를 먹으라는 말이 예의가 아니라 약리학인 셈입니다. 잔마다 물을 함께 두면 속도까지 같이 늦춰집니다.
마지막 잔의 시각도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알코올은 분해되는 후반부에 각성을 유발하므로, 잠들기 직전에 마신 술이 새벽의 각성으로 돌아옵니다. 최소 서너 시간의 간격을 두면 그 손해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의외로 근거가 탄탄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어보는 것입니다. 음주량을 선별해 확인하고 짧게 상담하는 개입은, 미국 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몇 문항짜리 간단한 도구로 자기 음주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음주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근거는 얇지만, 손해 볼 것 없는 쪽
아래는 위와 달리 큰 연구로 검증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통하는 요령에 가깝습니다.
- 잔을 비우지 않고 조금 남겨둡니다. 빈 잔이 채워지는 자리에서는 이것만으로도 권유가 줄어듭니다.
- 무알코올 맥주나 탄산수를 중간에 한 잔씩 끼워 넣습니다. 손에 잔이 들려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 거절할 문장을 미리 하나 정해둡니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려면 대체로 실패합니다.
- 집에 술을 쌓아두지 않습니다. 사러 나가야 하는 상태가 그 자체로 브레이크가 됩니다.
홍조가 있다면
앞에서 본 이유로, 얼굴이 붉어지는 분에게는 규칙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그 신호를 참아야 할 불편이 아니라 멈추라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홍조가 올라온 뒤에 마시는 술은 이미 처리되지 못한 물질이 쌓인 상태에서 더 붓는 것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술자리를 없애는 것보다 술자리 안에서 속도를 늦추는 쪽이 훨씬 오래갑니다. 그리고 오래가는 쪽이 결국 총량을 줄입니다.
이럴 땐 도움을 받으세요
다음에 해당한다면 생활습관 조절의 영역을 넘어선 것일 수 있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다뤄야 하는 상태이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 줄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 마시지 않으면 손이 떨리거나 식은땀, 불안, 불면이 생길 때
- 아침에 해장술을 찾게 될 때
- 필름이 끊기는 일(블랙아웃)이 반복될 때
- 음주 때문에 일, 관계, 안전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을 때
- 간 수치 이상을 지적받았거나 간 질환을 진단받았을 때
금단 증상이 있는 경우 혼자 갑자기 끊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조절하셔야 합니다.
숫자로 보면 달라집니다
술에 관한 기억은 유난히 관대합니다. 대부분 실제보다 적게 마셨다고 기억하고, 마신 날의 수는 더 크게 과소평가합니다. 그래서 "요즘 별로 안 마셨는데"라는 감각과 기록은 자주 어긋납니다.
바뀐 근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죄책감이 아닙니다.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위험이 용량에 비례한다면, 그 용량을 아는 것이 관리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셀레보는 음주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마신 날과 잔 수가 쌓이면 이번 주에 며칠을 쉬었는지, 지난달과 비교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가 눈에 보입니다. 같은 기간의 수면 기록과 나란히 놓고 보면, 술을 마신 밤이 다음 날 컨디션에 어떻게 남는지도 자기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세어보시길 권합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그 숫자를 처음 마주한 날에 시작됩니다.
